[현장르포] 여기가 ‘범죄도시’라고?

편견 속 저물어가는
가리봉동 연변거리의 오후

   지난 10월 3일 개봉한 <범죄도시>는 11월 27일 기준으로 누적관객수 686만 명을 넘어섰다. <범죄도시>는 2004년 서울 가리봉동을 배경으로 하는 액션영화로, 중국동포(극중 표현으로는 ‘조선족’) 범죄자들과 고투하는 형사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범죄도시>는 네이버 영화 리뷰에서 평균 관람객 평점 9.27/10.00을 기록하며 “2017년 영화 중 top”, “1초도 지루할 틈이 없는 영화”라는 관객평을 받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반면 <범죄도시>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영화평론가 조재휘는 “내지인과 외지인의 충돌이라는 전형성, 제노포비아의 배타적 함의를 피하기 어렵다.”라며 <범죄도시>가 외국인 혐오와 차별을 조장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국내 중국동포들로 구성된 ‘영화 청년경찰 상영금지 촉구 대림동 중국동포·지역민 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 8월 개봉했던 <청년경찰>이 중국동포를 범죄집단으로 묘사했다는 이유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한 데 이어 영화 <범죄도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의 이유로 인권위에 상영금지를 촉구하는 진정을 넣기로 결정했다.

   이러한 가운데 기자는 영화 <범죄도시>의 주 무대가 되었던 구로구 가리봉동 연변거리를 찾아가보았다.

   ■ 휑하니 빈 식당들
      적의가 느껴지는 눈빛

   식당가에는 손님이 있는 가게보다 휑하니 빈 가게가 더 많았다. 몇몇 상인들에게 인터뷰를 요청해봤지만 퇴짜 맞기 일쑤였다. “가뜩이나 손님도 없는데 인터뷰는 무슨 인터뷰냐” 하며 손사레를 치는 식이었다. 상인의 말투에서는 짜증과 적의가 느껴졌다.

   어렵사리 노점상인 한 명과 잠시 대화를 나누었다. 그는 “많이 무섭다. 분위기 스산하고, 사람들도 웃음기 없이 돌아다닌다. 집값, 땅값이 싸서 이 동네 못 뜨고 있는 거지, 돈만 있었으면 여기 안 살지.”라며 넋두리를 늘어놓았다.

   사진을 찍던 중 시선이 느껴져 고개를 돌리니 취객 한 무리가 이쪽을 바라보며 수군거리고 있었다. 호기심에 찬 눈빛이었는지도 모르지만, 막연한 적개심이 느껴지기도 했다. 카메라를 들고 다니니 상인들의 태도도 호의적이지 않았다.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적개심을 품게 하였을까? 의문을 느끼며 발걸음을 옮겼다.

   ■ 한적하다 못해 스산한 거리
      정말 '범죄도시'인가?

   편의점에 들러 물건을 사는데, 점장이 “여기 사람이에요?”라며 말을 걸어왔다. 이후 대화를 나누며 연변거리에 대한 질문을 몇 번 했다. 결론적으로 나온 대답은 “결국 다 사람 사는 곳이다”였다. 점장은 24시간동안 운영하는 편의점 특성 상 저녁 또는 밤 시간에 취객들이 많이 찾아오는데, 그들 중 대부분은 중국동포(이른바 ‘조선족’)라고 했다. (어떻게 구분하냐고 물으니 말투가 어눌하면 거의 조선족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점장은 “무리지어 취해서 올 때면 솔직히 무섭다”며 운을 뗐지만, “그건 한국인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또한 점장은, 불법체류상태인 사람이 많다 보니 본인이 택배를 대신 보내줘야 하는 경우가 많아 택배서비스를 시작했다고 한다. “내가 택배도 보내주고 하는데, 그때 보면 그냥 평범한 아빠더라” 결국, 한국인이나 조선족이나 다 같은 ‘사람들’이 아니겠냐는 말이었다.

   2016년 경찰청 범죄통계자료에 따르면, 검거된 중국 국적 범죄자(조선족 별도 통계는 시행하지 않으므로 중국인 통계를 활용하였다)는 2만2567명으로, 외국인 범죄자 합계 4만1044명의 과반을 차지했다. 이 자료만으로 판단하자면 중국동포 밀집지역이 무시무시한 범죄도시로 보일 여지가 있지만, 사실 이는 국내 거주 중인 외국인들 중 중국인의 수가 가장 많음에서 기인한다. 단순히 말해 수가 많으므로 범죄자도 많은 것이다.

   때문에 보다 정확히 범죄율을 추산하려면 국적별 인구 비례 범죄자 수를 가늠하는 것이 옳다. 이때 중국인 범죄자 수는 10만 명 당 2220명으로, 러시아, 몽골, 우즈베키스탄 등 16개국의 외국인들 중 7위, 즉 중간 정도를 차지한다. 여기에서 조선족이 아닌 중국인의 수를 제외한다면 순위는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 가리봉동 연변거리,
      범죄보다는 쓸쓸함으로 가득해

   "세금도 안내는 ○끼가 뭔 휴지를 이렇게 많이 써?" <범죄도시>의 극중 ‘마석도(마동석 분)’ 형사가 피를 닦던 조선족 ‘장첸(윤계상 분)’에게 한 대사이다. 어쩌면 이것이 연변거리에서 기자가 느꼈던 막연한 적개심의 이유를 단적으로 알려주는 대사가 아닐까. 그간 중국동포에 대한 혐오를 담은 기사가 많았던 것과 더불어서 말이다.

   거리를 나오며 문득 생각해보니 누군가가 웃는 모습을 한 번도 못 봤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황해>(2010), <공모자들>(2012), <차이나타운>(2015), <청년경찰>(2017), 가장 최근의 <범죄도시> 등…… 이제껏 중국동포들은 한국 범죄액션물 영화마다 빠짐없이 범죄집단으로 그려졌다. 그러나 이들은 정말 범죄집단인가? 또한 가리봉동은 범죄소굴인가? 구로경찰서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가리봉동의 범죄율은 지난해에 비해 17% 가량 줄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인들의 한숨은 커져만 간다. “요새 영화도 나오고 해서인지 안 되던 장사 더 안 된다.” 노점상인의 넋두리였다. 때문에, 기자가 본 가리봉동 연변거리는 범죄보다는 쓸쓸함과 적막으로 가득했다.

   한편 11월 27일 현재까지 <범죄도시>의 상영은 순탄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몇몇 네티즌은 영화관람 이후 “연기 소름끼치게 잘 한다, 진짜 조선족인줄”, “이 영화 본 이후로 조선족보면 기절할 것 같음 ○○무서워” 등의 반응을 보이며 중국동포에 대한 인식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 졔졔

    17-12-25 02:34:21

    르포 잘 읽었어요 :) 영화를 소개하는 댓글과 후기엔 통계를 기반해 차별과 혐오를 정당화하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이러한 혐오를 재생산하고 고착시키는 언론과 미디어에 실망스러웠죠(더 실망할 것도 없지만..) 오히려 통계의 오점과 영화의 인권 침해적 요소들이 언론과 미디어가 다뤄야 될 부분이 아닌가 생각했어요. 그 마음을 잘 알아주는 기사같네요. 너무 고생하셨습니다. 잘 읽었어요! 감사합니당

    문이진

    17-12-21 15:24:21

    가리봉동 기사는 제가 우리 웹진에서 정말 애정하는 기사입니다ㅠㅠ 특정 인구집단에 대한 혐오는 우리 사회에서 정말 중요한 문제죠. 특히나 그 혐오를 재생산하고, 견고히하고, 조장하는 언론과 미디어에 대한 성찰은 신문방송학과 학생으로서 더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면에서 걸-음의 기조와 조화를 이루는 면도 좋았어요. 함께 가리봉동을 거니는 듯한 르포 너무 재미있었고, 중국동포들의 상대적으로 낮은 범죄율과 가리봉동 범죄율의 하락은 제게 충격을 주었어요. 덕분에 제 안의 혐오를 다시금 성찰하게 되었습니다. 문화팀 안준현 기자님과 우소율 기자님, 한 학기동안 수고 많으셨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