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 받아오는 작가’ 한강, 박수만 치고 끝낼 일인가

해외 문학상 수상 이후 판매량 급증……
국내 문학상, ‘초라한 이름값’

   2016년 5월 16일, 소설가 한강이 『채식주의자』로 맨부커 인터내셔널 상을 수상했다. 한국인들도 잘 모르던 한국 소설가가 해외 유수의 상을 덜컥 받아 왔던 것이다.

   오래지 않아 대중의 얼떨떨함은 자랑스러움이 되었다. 2007년 출간된 이후 십여 년간 6만부 남짓한 판매량을 보이던 『채식주의자』는, 수상 이후 나흘 만에 31만부의 판매고를 보이며 단숨에 베스트셀러에 올라 현재 2017년 11월까지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는 기쁘고 자랑스러운 모습임과 동시에, 가치를 잃어가는 국내 문학상의 이면을 비추는 씁쓸한 그림자이다.

   한강은 1993년 등단한 이래로 한국소설문학상, 이상문학상, 동리문학상 등 여러 국내 문학상을 수상한 중견작가이다. 이러한 사실은 당장 『채식주의자』의 구판 표지만 봐도 알 수 있다.

△ 『채식주의자』의 구판과 신판

   구판과 신판. 각각의 표지에 적힌 수상 정보는 우리에게 『채식주의자』가 수상 며칠 만에 지난 십여 년 분의 다섯 배를 뛰어넘는 판매고를 기록한 비결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이상문학상 수상작’과 ‘맨부커 인터내셔널 수상작’. 실로 우리는, 낯선 해외의 문학상이 국내 문학상 여럿보다 훨씬 큰 이슈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이로써 깨닫게 된다.

   한국에는 이른바 4대 문학상이라 일컬어지는 이상문학상, 현대문학상, 동인문학상, 황순원문학상을 비롯하여 알려진 것만으로도 66가지가 넘는 문학상이 존재한다. 때문에, 서점에서 ‘~문학상 수상작’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책들로 가득한 소설 란(欄)을 발견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소설 시장을 포함한 출판업계 전체의 지속적인 위축으로 문학상이라는 꼬리표는 소설가를 포함한 문인들의 생존을 위한 조건이 되었다. 상금과 함께 이른바 ‘문학적 권위’를 수여받아야만 문예창작학과의 교수 또는 강사 자리라도 차지하여 생계를 꾸려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학상 심사는 시장성을 논의하는 자리가 아니다. 권위를 인정받은 소설들은 문단 내에서 나름의 ‘문학성’을 인정받기는 했지만, 그 과정에는 편집자와 소설의 주요 소비자, 즉 대중이 소외되어 있다. 대중을 외면한 문학상이 얼마나 호응을 얻을 수 있을까. ‘문학성’에 대한 논의는 차치하고서라도, ‘이상문학상 수상작 『채식주의자』’와 ‘맨부커 인터내셔널 수상작 『채식주의자』’를 대하는 대중들의 온도차는 실로 극명했다.

   한강은 맨부커 인터내셔널 수상 이후 이탈리아의 말라파르테 상을 수상하기도 하며 현재는 프랑스의 메디치 상 수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한강의 승승장구가 이어지는 가운데 출판사 창비는 2007년에 초판 1쇄를 냈던 『채식주의자』를 올 2017년에는 초판 55쇄로 새로이 출간하는 등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다. 『채식주의자』의 판매고는 이토록 파격적인 증쇄가 이루어질 만큼 나날이 새로운 수치를 갱신하고 있다. 오죽하면 ‘한강이 올해 한국 출판업계를 견인했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을까.

   하지만 국내 출판업계와 문단(文壇)은 기뻐하기보다는 오히려 비참해해야할지도 모른다. 『채식주의자』의 기록적인 판매고는 ‘한강 효과’라고 불리기보다는 ‘맨부커 효과’라고 불리는 편이 더 합당해 보이기 때문이다.

  • 웹마

    18-01-01 03:44:03

    #수정사항 : 문단 중복 삭제하였습니다.

    문이진

    17-12-21 15:43:26

    저도 '채식주의자'를 맨부커 상 수상 이후에나 알게 되었어요. 근데 읽고 나니 너!무! 재밌어서 한강의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나 한강의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도 찾아 읽게 되었는데, 왜 이제야 알았나 싶더라고요. 아쉬웠어요. 저는 그냥 아쉽고 말았는데 이 기사를 읽고 한국 문학상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게 되었어요. 기사 재밌게 잘 봤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