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대서 발암물질 등 유해물질 22종 검출

소비자 불안감만 키운
식약처의 부실한 대응

   약 1년 전부터 생리대 부작용에 대한 사례가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제기되기 시작했다. 대부분 생리량이 줄어들거나 주기가 불규칙해진다는 경험이었다. 커뮤니티 사이에서만 확산되던 사례는 생리대 발암물질 파동이 일면서 재조명 됐고 그에 따른 정부의 미숙한 대처도 논란이 일었다.

△ 릴리안 생리대 사용 이후 월경주기의 변화 ⓒ여성환경연대

   여성환경연대에 따르면, 응답자 중 65.6%(1977명)가 생리주기에 변화가 있었다고 답했다. 주기가 1∼2개월 바뀌었다는 응답자가 22.7%(684명)로 가장 많았고, 뒤이어 ▲3개월 이상(10.3%, 311명) ▲6개월 이상(12.3%, 370명)순이었다. 전체 응답자 중 85.8%(2582명)는 생리 양이 줄었고, 4.3%(128명)는 양이 늘어났다. 전보다 생리통이 심해졌다는 응답자도 68.0%(2045명)에 달한다. 48.3%(1458명)는 피부질환이 생기거나 더 심해졌고, 55.8%(1680명)는 사용 뒤 질염 등 여성 질환을 겪거나 증상이 악화됐다. 특히 49.7%(1495명)는 3년 이내에 월경이나 자궁 관련 질환이 생겨 병원을 찾았다.

   여성환경연대가 강원대 김만구 교수 연구팀에 의뢰한 생리대 10종 제품의 유해물질 조사 결과, 8종의 생리대에서 국제암연구소(IARC)와 유럽연합에서 정한 발암물질 혹은 생식독성, 피부자극성 물질 등 유해물질 22종이 검출됐다. 여성환경연대는 성명서를 통해 “유해성이 확인된 물질 8종 가운데 특히 스타이렌과 톨루엔은 생리 주기 이상 등 여성의 생식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생식독성 물질”이라고 밝혔다.

   ■ 식약처의 입장 번복, 소비자 불안감 키워

   이에 식약처는 “국민이 사용하는 생리대 가운데 안전성 측면에서 위해성이 확인된 제품은 없다”고 발표했다.

   또한 식약처가 생리대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된 사실을 알고도 방치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10월 17일 식약처를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보건복지위원장인 양승조 의원은 “식품의약처가 ‘릴리안’ 등 10종의 생리대에서 발암물질 등 유해성분이 나온 연구 결과를 확인하고도 방치했다”고 주장했다. 식약처 측은 김만구 강원대 교수와 여성환경연대가 주최한 ‘여성건강을 위한 안전한 월경용품 토론회’에 참석해 생리대에서 발암성 1군 물질인 벤젠과 스티렌 등이 검출된 연구 결과를 보고 받았다. 하지만 이 같은 연구 결과를 확인하기 위한 후속 대처를 하지 않았다고 양 의원은 지적했다.

   해당 지적에 식약처 담당자는 지난 2016년 10월부터 생리대 ‘함유물질 관련방안 마련연구’를 진행하고 있고, 1년 동안은 시험법에 대해, 그 후 1년은 유해평가 기준에 대해 연구를 진행 중에 있어, 연구용역이 끝나는 2018년 10월에 시험법과 기준이 마련되면 조사할 예정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렇다면 “생리대를 하루 7.5개 씩 월 7일 평생 써도 안전하다”는 식약처의 발표 또한 결과적으로 모든 조사가 끝나는 내년 10월 이후로 미루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식약처가 인체에서 흡수율이 가장 높은 질 점막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조사를 진행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인체에서 흡수율이 가장 높은 곳은 구강 점막과 질 점막인데, 질 점막의 경우, 구강 점막과 달리 미량이라도 인체에 끼치는 영향력이 다르다. 식약처는 여성 외음부에 접촉하는 피부 흡수율로 계산하면서 위해성은 의심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글로벌 기업 존슨앤존슨의 ‘탈크 파동’을 보면 질 점막의 높은 흡수율이 위해성의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존슨앤존슨의 베이비파우더에 포함된 탈크 성분은 피부에 바를 때와 달리 여성 외음부를 통해 체내에 들어갔을 때 난소암을 일으켰다. 이에 지난 9월 미국 로스엔젤레스 법원은 존슨앤존슨에게 난소암에 걸린 피해여성에게 약 4억1700만 달러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 가장 큰 피해자는 소비자

   생리대 부작용 문제가 뒤늦게 터져 나오면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것은 "릴리안 생리대"도, 배후를 의심받은 여성환경연대도 아니다. 소비자는 이런 다툼과 정부의 늑장 대응의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았다. 식약처가 뒤늦은 전수조사를 모두 끝마칠 때까지, 생리대를 사용하는 여성들은 어떤 제품도 안심하고 쓸 수 없게 됐다. 대형마트나 온라인에서 값싸게 구매할 수 있었던 생리대의 대체재를 곧바로 찾기도 쉽지 않다. 사태가 급하게 전개되면서 식약처 조사도 부실하게 이뤄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생리대 파동으로 안전한 생리대 대체재를 찾는 여성들이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대체제로 면 생리대와 생리컵(월경컵)이 있지만 문제는 가격과 접근성이다. 면 생리대는 국산품이든 수입품이든 일반 생리대보다 비싸지만 재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길게 보면 일반 생리대보다 저렴할 수 있다. 그러나 면 생리대는 매번 세탁해야 하고, 세탁하는 과정에서 생리혈이 잘 빠지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생리컵은 의료용 실리콘이나 천연고무로 제작되는 월경용품으로 반영구적이며 면 생리대보다도 훨씬 저렴하다. 하지만 삽입형 월경용품이기 때문에 부담감을 느낄 수 있으며, 아직까지 국내 유통판매 허가가 나지 않아 ‘해외 직구(직접구매)’를 통해서만 구할 수 있다.

   세상의 모든 여성이 월경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월경을 하는 여성들은 대부분 평생 1만 개에서 1만 6천 개의 생리대를 사용한다. 태어나서 수십 년 동안 생리대를 사용해야 하는 여성들에게 이번 사건은 ‘생존’과 직결된 문제로, 위해성이 입증되지 않은 물건은 유통되지 않게 관리해야 한다.

   여성환경연대 이안 사무처장은 “환경보건의 제일 중요한 원칙이 사전예방의 원칙이다. 어떤 물질이 어떤 병을 일으켰다는 인과 관계가 있어야만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안전하다는 증거가 확보되지 않으면 아예 유통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이번 생리대 파동에 대해 의견을 밝혔다.

  • 웹마

    18-01-01 03:44:31

    #수정사항 : 기사 메뉴 이미지 변경하였습니다.

    가소은

    17-12-28 03:17:40

    "가장 큰 피해자는 소비자"라는 문단 제목이 너무 와닿네요ㅠㅠ 빨리 제대로 된 규제가 생겨서 맘 놓고 구매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문이진

    17-12-21 16:26:23

    전수양 만세. 사는 동안 돈 많이 벌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