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신방과 학생 대 교수, ‘침묵과 방관’ 갈등

집행부 비롯 학과 구성원 “교수들 반성하고 사과하라”
끙끙 앓는 학생들… 무분별한 2차 가해도 발생

   ‘을’이 ‘갑’에게 덤비기는 쉽지 않다. 권력에 있어 상대적으로 ‘약자’의 자리에 있는 사람이 ‘강자’에게 대항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 싸움을 지켜보며 놀라움을 금치 않을 수 없다. 우리 대학 제20대 신문방송학과 집행부 <울림>(이하 <울림>)과 신문방송학과(이하 신방과) 전임교수진 간의 대립이다.

△ 신문방송학과 교수 사과 요구 상황정리

   ■ 사건 과정

   작년 4월부터 공론화되기 시작한 학내 성폭력 사건은 그칠 줄을 몰랐다. 신방과 집행부 <울림>은 공동체 차원의 노력을 보완하고자 학과 내 권위주의 타파, 여성주의 확립의 기조를 들고 출마했다. 그리고 이들은 지난 6월, 학과 내 성폭력 사건 공론화 이후 1년이 넘도록 침묵해 왔던 신방과 전임교수진에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신방과 집행부와 대의원회·학회·소모임·학회소모임연합회 등이 소속된 신방과 학생운영위원회(이하 학운위)가 가장 먼저 나섰다. 신방과 학운위는 지난 5월 23일, 입장문 ‘결국 우리가 기억하게 될 것은 적의 말이 아니라 친구의 침묵이다’에서 학과 내 성평등 인식 부족을 꼬집으며 학과 및 학생 개개인의 행동을 촉구했다.

   6월 3일, 신방과 ㅈ학우가 개인 SNS 계정에 요구문 ‘신문방송학과 교수님들께 작년에 공론화된 성폭력 사건에 대한 입장을 요구합니다’를 게시하며 본격적인 공론화가 시작됐다. 그는 지도교수와의 면담 자리에서 들은 “이제 용서할 것은 용서할 분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말에 문제를 제기했다. 가해자 중심주의적으로 사고하는 태도에 대한 반성과 피해경험인과의 연대 또한 요구했다.

   이틀 뒤 언론매체실 및 새천년관 1층 엘리베이터 앞 게시판에는 피해경험인의 입장문과 함께 입장 요구문이 게시됐다. 이후 신방과 회장단은 담당 교수 및 학과장과의 면담을 각각 진행했다. 교수들은 입장 표명 방식의 간담회를 제안했으나, 집행부는 교수들이 먼저 입장 표명을 한 후 간담회 등 다른 논의가 가능하겠다고 판단했다.

   6월 15일, 교수들은 <울림>에게 입장문 ‘신방과 학생대자보에 관한 교수들 입장’을 전달했다. 그러나 입장문에는 명확한 사과가 없었다. ‘방관자였던 것은 아니다. 다만 적정 시점에 제대로 입장을 표명하지 못했을 뿐’이라는 변명이 나열돼 있었다. <울림>은 교수 입장문을 SNS 계정에 공유했으나, 댓글을 통해 2차 가해가 발생하고 <울림>이 입장문을 대신 전한 것에 대한 비판이 일었다. 이후 <울림> 측은 공유글을 내리고 사과문을 게시했다.

   <울림>은 공유글을 내리기 전 전임교수 모두에게 댓글을 확인해 달라고 연락했으나, 답변이 없어 SNS 계정에 입장문을 올린 후 교수들에게 메일로 전달했다. 일주일이 지나도 여전히 답이 없자 다시 전달했다. 7월 12일, <울림>은 요구문 ‘신문방송학과 교수들에게 요구한다’를 SNS 계정에 게시하고, 교수들의 연구실 문에도 부착했다. 요구문을 통해 교수들에게 작년 성폭력 사건 공론화에 있어 교수 입장의 부재에 대한 전임교수 5명 각각 실명으로 된 사과와 입장, 6월 3일 문제 제기 이후 교수들끼리 진행한 논의 공유,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는 교수들의 ‘지난 1년’의 ‘침묵’을 피해경험인들이 하루하루 마주하고 있다는 사실 인지를 요구했다. 같은 날, <울림>은 연대를 호소하며 연서명을 시작했다.

   ■ 교수 사과문과 첨삭지도

   그로부터 19일이 지난 7월 31일, 전임교수 5명의 실명을 단 사과문이 언론매체실과 새천년관 신방과 게시판에 게시됐다. 교수들은 사과문에서 ‘적지 않은 학생들이 고통 속에서 분노’하는 것에 대한 책임이 ‘교수들에게 있다’고 말하면서도, ‘이런저런 이유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그렇게 하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말했다. 반(反)성폭력 학과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학생-교수 신뢰 관계를 회복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울림>은 교수들이 권력 관계를 인식하고 이에 대해 성찰하고 사과하는 것보다 신뢰 관계 회복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적은 사과문에 분노하며 ‘신문방송학과 교수 사과문 첨삭지도’를 <울림> SNS 계정과 교수 개인 SNS, 언론매체실과 신방과 게시판에 게시했다. 이후 <울림>은 입장문 ‘우리는 더 이상 방관과 침묵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다’를 통해 잘못된 문화를 이제야 깨달아 가는 교수들이 실망스럽지만 그럼에도 함께 나아갈 의지를 밝혔다. 교수들에게는 앞으로 주체로서의 적극적인 행동과 시의적절한 입장 표명을 해줄 것을 요구했다.

   ■ 공동체와 2차가해: 오랜 시간 아팠던 사람들이 ‘여기’ 있습니다

   교수들과의 대립뿐 아니라, 졸업생을 비롯해 2차 가해 발언을 하는 학우들과의 갈등도 발생했다. 신방과 ㅎ학우는 개인 SNS에 교수들에게 ‘그간의 묵인과 무관심, 타자화, 2차 가해, 권위적 언행들에 대해 책임지고 제대로 사과하라’는 요구문을 올렸다. 이후 몇몇 신방과 졸업생을 비롯한 익명의 학우들로부터 공격적인 댓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대립되는 의견을 가진 학우들이 서로 답글을 계속 달며 갈등이 격화되기도 했다. 이에 집행부 <울림>은 ‘이 상황에서 고통받고 있는 학우들은 당사자, 피해경험인들과 그 주변인’이라며 ‘오히려 가해가 되는 폭력적 언행들을 멈춰’달라고 요구했다. ㅎ학우의 요구문 말고도, 8월 1일 올린 ‘신문방송학과 교수 사과문 첨삭지도’와 8월 2일 게시된 <울림>의 입장문에서도 많은 2차 가해가 발생했다.

   신방과 박정음 학생회장은 현재까지 진행된 일련의 사건에 대해 “오랜 시간을 거쳐 견고해진 잘못된 문화를 바꾸는 것은 굉장히 고통스럽고 힘이 많이 드는 일”이라며, “그럼에도 지금은 너무나 오랜 시간 아프고 고통받아온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변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어 “많이 아프고 힘이 들지만 우리의 모습을 마주하고 앞으로 함께 나아가는 공동체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 신방과 게시판에 붙여진 교수 사과문과 <울림>의 교수 사과문 첨삭지도 ⓒ 하지윤 기자

   ■ 이 기사를 읽고 있는 당신에게

   이동진 평론가가 본인의 저서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말의 내용이 아니라 말의 자격을 따지기 시작하는 순간, 종종 폭력은 시작됩니다.’ 지금의 현실은 어떠한가. 그들은 학생이라서, 피해경험인이라서 침묵해야 하는 순간을 수없이 마주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까지도 말의 ‘내용’보다 말의 ‘자격’에 주목하는 자들에 의해 침묵을 강요받고 있다. 엄연한 폭력이다.

   결국 이 싸움이 눈물 자국만 가득한 채 남아버릴지, 싸움 끝에 잃어버린 관심과 권리를 되찾게 될지 현재로선 단언하기 힘들다. 어찌 됐든 석 달이 넘게 진행된 대립은 교수-학생 간 갈등의 깊은 골이 확인됨으로써 많은 이들에게 보이지 않는 상처를 남겼다. 이 싸움에 승리는 없다. 누가 이기고 지는 싸움이 아니다. 상처받은 사람들과 그들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미 너무나 힘들게 아파하고 있다. 1년, 어쩌면 그 이상의 시간 동안 방치된 상처는 ‘방관하지 않았다’, ‘반성하고 있다’는 정도의 말로 쉽게 치유되기 어려울 수 있다.

※ 위 기사는 성공회대학보 2017년 9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 글 송다혜 기자
  • 사진 하지윤 기자
  • 시각자료 문이진 기자
  • 채한별

    17-12-24 16:13:50

    와우.. 너우리 편집장님.. 여기서도 뵙네요

    문이진

    17-12-21 16:27:46

    1년, 어쩌면 그 이상의 시간 동안 방치된 상처는 ‘방관하지 않았다’, ‘반성하고 있다’는 정도의 말로 쉽게 치유되기 어려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