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더욱 유연한 ‘글로벌재외동포정책’으로 변화해야

고려인 강제 이주 80년,
‘외국인’된 고려인 4세

   재외동포란 한국을 떠나 외국에 살고 있는 동포를 부르는 용어이다. 재외동포법의 정식 명칭은 1999년 9월 2일 김대중 정부 당시 제정된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이다. 이 법률의 17조 중 제 1조는 목적, 제 2조는 재외동포의 정의, 제 3조는 외국 국적 동포의 출입국과 대한민국 안에서의 법적지위에 관한 법률, 제 4조는 지원 및 체류자격의 부여 등 정부의 책무를 규정하고 있다.

   재외동포는 각 거주국의 정치·경제적 상황에 따라 정부에 요구하는 게 상이하다. 그 중에서 재CIS 지역(Commonwealth of Independent States : 독립국가연합, 구소련 국가들 간의 협력 강화를 위해 창설된 것, 러시아·우크라이나·벨로루시·몰도바·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투르크메니스탄·타지키스탄·키르키즈스탄·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젠·그루지야)에 거주하는 고려인의 경우 본국방문기회의 확대와 교육, 문화지원강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더불어 거주국과 상관없이 공동으로 요구되는 사항은 재외동포의 법적지위향상과 재외동포단체 재정지원 확대이다.

   ■ 내셔널재외동포정책에서 글로벌재외동포정책으로

△ 정부의 성격에 따라 변화한 재외동포정책

   <한국의 재외동포정책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이승만 정부부터 전두환 정부까지는 구체적인 재외동포정책이 필요하지 않다고 느끼며 국가주의적 재외동포정책으로 정부의 목적과 목표달성을 위해 정책을 수립하고 일방적으로 시행했다. 결국 재외동포들의 입장에서 고려하지 못한 것이다. 특히 전두환과 노태우 정부는 현지화 정책으로 해외로 이주한 한인들이 모국에 대한 기억은 잊어버리고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거주국에 적응하도록 했다.

   재외동포재단 설립 이전까지는 포용정책을 펼쳤다. 포용정책은 이주 초기부터 적극 지원하는 이민정책이다. 이는 현지화한 동포를 보호하는 정책으로 재외동포의 역량을 한민족의 공동발전을 위하여 활용하는 정책이라 볼 수 있다.

   김영삼 정부가 들어서고 난 뒤에는 글로벌재외동포정책을 펼쳤다. 글로벌재외동포정책은 온·오프라인으로 ‘글로벌민족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정부, 재외동포, 내외동포 상호간의 소통으로 상생번영을 도모해 나가는 정책이다.

   ■ 재외동포법 울타리 밖의 고려인 4세, 영주권 브로커의 표적

   김영삼 정부 이후 글로벌재외동포정책으로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게 되었으나 고려인 4세의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범죄의 표적이 되기 쉽기 때문이다.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 마을의 고려인 4세들을 대상으로 영주권 및 학생비자 취득을 도와준다며 금품을 갈취하는 영주권 브로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약 4000명의 고려인이 거주하고 있는 광주 고려인 마을의 특성을 놓고 보았을 때, 영주권 브로커들의 범죄 행위를 막기 위한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재외동포법은 고려인 1-3세를 외국국적동포로 인정하여 국내 체류를 최장 3년까지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고려인 4세는 만 19세 이상이 되는 시점부터 90일마다 비자를 갱신하게 하고 있다. 외국국적동포에서 제외되기 때문으로 사실상 외국인 취급을 받는 것이다. 고려인 4세의 단기방문 비자(c-3-8)는 취업을 할 수 없는 비자이기 때문에 이들은 돈을 벌기 위해서는 불법으로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러한 조건 속에서 고려인 4세는 한국에서의 안정적인 생활을 위해 영주권 취득을 바라게 되는데 이 같은 고려인 4세의 절실함을 노려 영주권 문제로 사기를 치는 브로커들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고려인 4세가 일반적이지 않은 억양의 한국어를 구사하고, 기본적인 법률 지식조차 갖고 있지 않은 점 또한 이들이 영주권 브로커의 손쉬운 범행 대상으로 지목되는 이유이다.

   현재 광주 동부경찰은 영주권 취득을 도와주겠다며 고려인들로부터 돈을 뜯어낸 혐의(사기 등)로 김모(44)씨를 수사하고 있다. 김씨는 2016년 7월부터 2017년 4월까지 리모(44·여)씨 등 고려인 3명으로부터 1430만원의 금품을 갈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자녀들이 영주권을 취득할 수 있게 해주겠다.’며 리씨를 비롯한 다른 고려인 여성들로부터 금품을 갈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피해 사례가 발생하자 광주 고려인마을에도 영주권 사기를 주의하라는 경고가 내려왔다. ㈔고려인마을협동조합(이하 협동조합)은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고려인들에게 심야시간에 ‘영주권 브로커’가 활동하고 있다며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현재 광산구 관련 단체는 고려인 범죄 피해 예방을 위해 고려인의 법적 지위 확보, 언어·법률 교육 확대를 촉구하고 있다. 강행옥 광주 고려인마을 법률 지원 단장은 “고려인들이 각종 범죄의 피해대상이 되는 근본적인 원인은 한국어가 서투르고 기본적인 법률 지식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고려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각종 범죄들은 대부분 사전교육을 통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범죄인만큼 고려인들의 교육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 재외동포정책의 변화에도 불구, 고려인 4세 장기체류 못해

   재외동포법은 재외동포재단의 설립을 기준으로 내셔널재외동포정책에서 글로벌재외동포정책으로 변화했다. 네트워크 구축으로 소통을 통한 상생을 이끌어 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고려인 재외동포의 안정적인 삶의 유지를 위해서는 더 큰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현재 재외동포법에 따르면 고려인 3세까지는 재외동포로 장기체류가 가능하지만 고려인 4세부터는 외국인으로 분류되어 90일마다 태어난 곳으로 출국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9월 13일부터 2019년 6월까지 한시적으로 고려인 4세가 국내에 체류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이 시행령은 ‘부모가 한국에 거주중인 고려인 4세’로 규정되어 부모가 한국에 거주하지 않는 고려인 4세는 여전히 90일마다 출국과 입국을 반복하고 있다. 때문에 이러한 단기적인 조치로는 고려인 4세의 안정적인 삶이 유지되기 어렵다.

   더욱이 외국인으로 명명된 이들이 귀화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5년 이상 계속하여 대한민국에 주소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재외동포법에 따르면 재외동포의 체류기간은 최장 3년까지 보장하고 있다. 이러한 실상으로 귀화허가 또한 어렵다.

   카자흐스탄 고려청년회 이어골 회장에 따르면 “많은 고려인 청년들이 대학 졸업 후 한국에서 직업을 얻고 정착하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그들에게 한국은 “역사적인 모국”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카자흐스탄으로 한국의 발전된 과학기술이나 의료기술, 경제적인 투자활동이 확대되길 바라며 문화교류의 폭이 한 단계 더 높아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재외동포정책은 재외동포들의 자산 가치와 역량, 그리고 미래의 잠재력을 활용하여 국가에 큰 이익을 이끌어낼 수 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2017년 2월 17일 최문순 강원도지사와 주철기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이 힘을 모았다. 재외동포의 역량을 활용해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대회 홍보에 대한 업무협약(MOU)’를 체결한 것이다. 이와 같이 협력하여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더욱 유연한 재외동포정책으로 변화가 필요하다.

  • 문이진

    17-12-21 16:01:41

    기사를 읽고 저에게는 낯선 '동포'와 '민족'이라는 개념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민족에 대한 생각은 정리되지 않았지만, 적어도 정책의 울타리 밖에서 소외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가질 수 있게 되었어요. 잘 읽었습니다. 수고 많으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