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의제 넘어 직접민주주의 가능성을 엿보다

숙의 민주주의의 밑거름 된
원전 공론화위

   한창 꽃이 피던 지난 5월, 대한민국에서는 제19대 대통령 보궐선거가 치러졌다.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됐고, 정권이 바뀌었다. 7월, 문재인 정권은 공약으로 내세웠던 ‘원자력 발전소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 대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위원회’를 가동했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이하 공론화위)는 김지형 위원장을 포함하여 총 9명의 위원으로 구성되어 지난 7월 24일 출범했다. 공론화위는 의견 조사를 위해 471명의 시민참여단을 선정했다. 선정된 시민참여단은 9월 13일부터 10월 15일까지 총 33일 동안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및 재개 여부’에 대해서 논의했다. 10월 20일, 공론화위는 시민참여단의 의견을 수렴한 최종 권고안을 발표하며 활동을 마쳤다. 권고안은 정부에 “신고리 5·6호기의 건설을 재개하되, 원자력발전 비중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에너지정책 추진하기”를 제안했다. 문재인 정부는 시민참여단의 권고안을 받아들였다.

△ 신고리 원자력 발전소 5·6호기 공사 현장 ⓒ KBS

   ■ 스스로 주인 되기

   공론화 위원회 운영은 시민이 토론과 합의를 통해 직접 정책 결정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공론화위 활동에 대하여 “원전 정책의 주인도 우리 국민임을 분명하게 보여주었다”고 평가했다. 공론화위의 활동은 시민들 스스로가 주인이 되는 과정이었다. 이는 민주주의의 실현이라고 볼 수 있다. 신고리 공론화 과정에서 시민참여단은 스스로 정책의 방향에 투표했고, 그 결과가 정책에 반영됐다. 정책 결정에 있어서 주체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한 셈이다.

   대의 민주주의의 단점으로 ‘정치적 무관심’이 지적되곤 한다. 정책은 시민들의 삶과 맞닿아있지만 대의 민주주의에서 결정권을 지닌 사람은 시민의 대표자, 즉 국회의원이다. 시민은 국회의원이 정한 정책의 수용자가 된다. 누군가 나 대신 선택해줄 사람이 있다는 생각은 어떠한 사안에 있어서 책임감을 덜어준다. 내가 직접 선택해야 할 때보다 관심도 줄어든다. ‘나보다 더 잘난’ 사람이 더 나은 선택을 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이는 전문가주의로 이어진다. 시민참여단은 원전 건설에 관한 전문가의 의견을 참고할 수 있지만 건설 중단 여부를 전문가에게 의존할 수 없다. 시민참여단은 의제에 대해서 어느 한 쪽을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 이를 위해 시민참여단은 의제와 관련된 지식을 쌓는다. 지식을 참고해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선택을 하기 위해서다.지식을 쌓고 선택을 하는 공론화 과정에서 시민은 정치적 무관심을 해소할 수 있다.

   ■ 소통과 합의

   대학에 들어오기 전까지 나는 ‘민주주의’라는 말에서 ‘다수결의 원칙’을 떠올렸다. 초, 중, 고등학교 12년을 다니면서 토론과 합의 과정이 필요한 일이 많지 않았다. 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는 경험은 학급이나 학교의 대표를 뽑는 일 이외에 거의 없었다. 다수결의 원칙이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 방식인 줄 알았다. 대학에 와서 학생주권을 위해 노력하는 학생회를 보고, 민주주의에 관한 수업을 들으면서 내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민주주의에서 ‘다수결의 원칙’은 가장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 다수결의 원칙은 결정을 위한 하나의 방법일 뿐이다.

   ■ 함께 걷는 민주주의의 길

   책상 위에 2017년 성공회대 달력이 있다. 12월의 문구는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이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를 통해 대중은 ‘함께’ 민주주의의 길을 걸었다. 시민들은 토론과 합의 과정에 기꺼이 참여했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가 숙의 민주주의의 거름이 된 셈이다.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공론화와 함께 민주주의의 길을 걸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 문이진

    17-12-21 20:18:42

    이서연,, 당신은,, 로봇,, 어떻게 편집장 하면서 칼럼까지 올릴 수 있죠..?!! 사랑합니다. 함께 가요 우리 이 길을 깔깔 S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