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불감증을 추방하라

세월호 이후 3년,
무엇이 달라졌나?

   처음이었다. 수능이 연기된 것은. 과거 학력고사 시절 시험지 도난을 이유로 한 번 연기된 적은 있었지만 현재의 수능체제로 바뀌고 나서는 처음이다. 이는 대한민국에서 수능이 가지는 의미를 생각하면 정말 이례적인 일이다. 이런 초유의 결과를 만든 건 바로 지진이다. 포항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했고, 지진은 건물 외벽을 무너뜨리는 등의 큰 피해를 남겼다. 천재지변으로 인해 제대로 시험을 치르지 못할 포항 학생들을 위해선 최소한의 시간이 필요했다. 포항지진은 이렇게 우리 뇌리에 강렬히 남았다. 이제는 확실하다. 대한민국은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다.

   작년 경주 지진과 최근 포항지진까지 대한민국이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생각은 널리 퍼지고 있다. 우리나라가 현대적 지진계측 시스템을 본격적으로 운용한 것은 1978년부터다. 그 이후 지난 40년 동안 규모 5.0이상의 지진은 총 10차례 발생했는데, 그 중 절반이 2014년 이후로 집중되었다. 이 결과는 지진에 대한 우려가 결코 허상이 아님을 말해준다. 우리에게는 재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이후로 3년이 흘렀다. 3년 동안 많은 것이 바뀌었고 또 바뀌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고 대통령이 바뀌었으며, 우리들 마음속엔 노란 리본이 남았다. 하지만 아직 사람들에겐 와 닿지 않았던 걸까? 세월호 참사 이후로도 사고는 계속 일어난다. 최근 인천 영흥도 인근 해상에서 낚싯배가 급유선과 충돌해 전복됐다. 이 사고로 낚싯배에 타고 있던 22명 중 15명이 사망했다. 아직 진상 규명 중이지만 낚시어선업에 대한 안전 관리 부재가 사고의 원인이라는 지적이 있다. 우리는 위의 두 사고를 반면교사 삼아 안전은 가만히 기다린다고 주어지는 것이 아님을 깨달아야 한다.

   ■ 우리사회는 얼마나 변했을까

   일련의 사고들을 겪으면서 우리는 얼마나 변했을까? 여전히 사건사고는 나의 일이 아니며, 나한테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처럼 살고 있지는 않은가? 사고는 부지불식간에 찾아온다. 일어난 후에 대비하는 것은 늦다. 사고가 일어나지 않게 막는 것이 최선, 사고 후 피해 최소화가 차선이다. 최악은 아무런 대비 없이 사고를 맞아 피해를 고스란히 입는 것이다.

   정부는 나아지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포항 지진 시 신속히 긴급재난 문자를 보내며 정부의 지진대응 능력이 작년에 비해 발전했음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영흥도 사고에서는 빠른 보고 체계를 보여주며 대통령이 사고 수습에 대해 진두지휘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정부의 긍정적인 변화는 바람직하다. 적어도 정부는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노력을 했다.

   위의 두 사례가 말해주는 것은 명확하다. 사고는 언제나 일어난다. 사고를 키우는 것도 사람이고, 사고를 막을 수 있는 것도 사람이다. 우리는 아직까지 천재지변이 일어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그렇다면 적어도 사고에 대한 예방 조치를 확실히 해야 한다. 이는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이다. 또한 확연한 인재(人災)는 더욱더 방심을 경계해야 한다. 자신에게는 사고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이 사고를 만들기 때문이다. 이 믿음을 깨기 위해 안전 불감증은 사라져야 한다. 한국에서 "빨리"라는 단어는 큰 힘을 가진다. 뭐든지 빨리 해야 직성이 풀리는 체질은 여러모로 위험하다. 설마 별일 있겠냐는 생각으로 일을 고민 없이 진행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설마는 반드시 사람을 잡는다.

   ■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너야

   그렇기에 우리에게는 빨리 보단 조금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행동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유지할 의무가 있다. 정부는 안전 관리에 대한 확실한 대책 및 관리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우리는 마음 속 노란 리본을 잊지 말아야 할 의무가 있다. 항상 경계해야 한다. 방심이 마음속으로 파고들 틈을 주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 마음속에 있는 안전 불감증을 쫓아내야 한다. 안전 불감증의 또 다른 이름은 설마이다. 설마는 방심을 먹고 자란다. 설마에게 기회를 주지 마라. 후회로 점철된 삶을 살고 싶지 않다면.

  • 문이진

    17-12-21 20:19:24

    내가 너무 애정하는 칼럼. 당신의 도치법을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