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 채용, 공정한 평가의 시작

학벌주의는
차별과 낙인의 징표

   우리나라에서 "대학"은 특별하다. 많은 사람들이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학창시절을 공부로 지새우고 그들의 부모들까지 경제적 지원과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사회에서 대학은 누구나 선망하는 서울 소재 명문대학교와 지잡대라며 조롱받는 지방 소재 대학교로 나뉜다. 전자는 사회적 성공과 출세에 대한 가능성을 높이 평가받으나 후자는 실패와 조롱의 대상이다. 매스컴에서 허구한 날 떠들어대는 청년 취업난의 가장 큰 피해자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런 학벌중심의 우리나라에서 놀랄만한 사건이 터졌다. 바로 공공기관 블라인드 채용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명문대 출신이나 지방대 출신이나 똑같은 조건, 똑같은 출발선에서 오로지 실력으로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어야 한다" 며 출신지와 가족관계, 학력, 학점을 지우는 블라인드 채용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많은 대학생은 반색했다. 기업 입사에서는 물론이고 사내와 승진 문제에서도 학연 문제가 만연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일반인들 사이에선 지방대 학생들은 부정적인 시선을 받는다. "학벌은 평생 간다"라는 말은 사회에서 공연한 말 중 하나다. 실제로 구 교육개발원이 전국 성인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출신 대학에 따른 차별이 ‘심각할 정도로 존재’한다는 응답이 65.3%으로 나타났다.

   취업에서도 마찬가지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조사한 ‘고등교육기관 취업통계조사 세부현황’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학생 10명 중 6명은 지방대학 출신 학생들이지만 대기업 취업률은 서울 소재 명문대에 비해 처참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통계에 따르면 부산, 대구에 위치한 고신대, 배재대졸업자는 대기업 취업률이 각각 0.49%와 1.96%으로 한자리 수였다. 하지만 서울 소재 명문대인 서강대, 성균관대 졸업자는 각각 51.6% , 48.3% 으로 앞선 지방대 취업률과 차이를 보였다. 다른 대학교도 마찬가지다. 고려대, 연세대와 같은 서울 소재 대학교와 한림대, 원광대를 포함한 지방소재 대학교는 대기업 취업률에서 극심한 차이를 보였다.

   이를 볼 때 편견이 아닌 실력으로 판단 받을 수 있는 ‘블라인드 채용’은 기업 채용시스템에 꼭 필요하다. 고등학교 3년과 수능 한 번은 평가 기준의 일부가 되어야 하지 전부가 돼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지방대에 대한 낙인과 명문대에 대한 무조건적인 신뢰로 가득 차 있다.

   본래 대학은 최고 교육 기관으로써 여러 학문분야를 연구하고 전문 지식 및 자질을 함양하는데 의의가 있었다. 하지만 학벌주의로 본래의 의미는 퇴색되었고 대학이란 이름의 취업사관학교로 변질되어버렸다. 지금도 빛나는 재능과 가능성을 지닌 많은 청년이 지잡대라는 낙인에 찍혀 날개를 펴지 못하고 있다. 블라인드 채용은 대학의 비틀린 의미를 되돌릴 수 있는 수단이다. 누구나 취업의 문 앞에서 공정한 방법과 절차로 평가받을 수 있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 가소은

    17-12-28 03:23:14

    학벌이 그 사람을 평가하는 아주 큰 요소라고 생각하는 우리사회에서 블라인드 채용은 더 많은 곳에서 시행해야하는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곧 취업을 준비해야하는 저한테는 많은 걸 생각하게 하는 기사 내용이네요. 기사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문이진

    17-12-21 20:51:01

    비슷한 예로 청와대가 해당 채용 방식을 적용하자 전원 여성이 뽑혔다는 결과를 얼마 전 들은 적이 있어요. 총무비서관이 "관행대로라면 이런 결과가 안 나왔을 수 있다"라고 말해서 너무 충격적이었어요. 인사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비공개 자격조건'에서도 나이-성별-결혼여부-외모가 1-2-3-4등을 했다니 빼애앰,,, 칼럼 잘 봤습니다! 현재 '블라인드 채용'이라는 건 하나의 단어가 되어버렸지만, 앞으로는 'Blind'와 '盲' 같은 글자가 시각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담고 있는 것을 자각하는 사회까지 나아갔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