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즉각 폐지하라

청와대, ‘원칙’ 넘어
실질적 조치 필요

   ※ ‘낙태(落胎)’라는 단어보다 ‘인공임신중절’, 혹은 ‘임신중절’이라는 표현을 지향하나 형법에서 임신중절을 처벌하는 조항이 ‘낙태’이므로 기사에서 수차례 ‘낙태’가 사용되었음.

△ ‘친절한 청와대: 낙태죄 폐지 청원에 답하다_조국 수석’ 캡쳐. ⓒ 청와대

   11월 26일 청와대는 “낙태죄 폐지와 자연유산 유도약(미프진) 합법화 및 도입을 부탁드립니다”라는 국민 청원에 공식 답변을 내놓았다.

   ■ 임신중절 인식의 진일보

   해당 동영상에서 조국 수석은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 중 하나만 택해야 하는 제로섬으로는 논의를 진전시키기 어렵다며 우리 사회가 새로운 균형점을 찾기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 청와대는 이러한 이분법적 논의의 한계를 지적한 동시에 처벌 강화 위주 정책이 시술 음성화와 위험 시술을 야기한다는 사실과 낙태죄가 여성에게만 모든 법적 책임을 전가하고 있음을 인정했다. 나아가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건강권을 언급하고 남성과 국가의 의무와 역할에 대해 강조한 것이 긍정적이다.

   덧붙여 청와대는 ‘낙태’라는 단어가 부정적 함의를 담고 있다며 ‘임신중절’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미혼(未婚)’ 대신 ‘비혼(非婚)’을 사용하는 등 단어 선택에 있어서도 신중을 기했다. 단편적 계획에서 그치지 않고 보완대책으로써 청소년 피임 교육 등을 이야기한 것도 건설적인 논의이다.

   ■ 이제 필요한 건 실질적인 대처

   그러나 ‘임신중절 실태조사 재개’와 ‘건강가정지원센터의 전문상담’을 제외한 모든 논의가 그저 ‘논의’에서 멈추었다는 점은 여전히 아쉽다. 약속한 실태조사와 상담마저 94%의 낙태 시술이 불법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제대로 실시될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 나아가 실태조사나 상담이라는 간접계획보다 현행 낙태죄로 고통 받는 여성들을 위한 ‘실질적인 대처’가 시급하다는 사실을 정부는 받아들여야 한다.

   낙태죄 폐지의 실질적 조치가 시급한 이유는 지금 여기, 원치 않는 임신으로, 낙태죄로, 협박, 낙인, 비위생적인 시술로 고통 받는 여성들이 있기 때문이다. 100% 피임법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남성들에게 자유롭게 (합의된) 섹스 할 권리가 주어지는 동안, 여성에겐 임신을 선택할 권리가 주어지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

   ■ 나는 임신중절이 합법인 나라를 원한다

△ 호주 드라마 <플리즈 라이크 미> 낙태 상담 장면 캡처 ⓒ Please Like Me

   낙태죄가 없는 사회의 임신중절 과정은 어떨까. 이에 대한 좋은 예로 임신중절이 합법인 호주의 드라마, <플리즈 라이크 미>의 임신중절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클레어는 조쉬에게 임신 중절을 하기로 결정했으니 보호자로서 병원에 동행해달라고 요청한다. 둘은 함께 병원에 가지만 진료실엔 클레어만 먼저 들어갈 수 있다. ‘보호자(조쉬)가 여성에게 임신중절을 강요하는 건 아닌지’ 확인하기 위함이다. 의사는 강요여부를 확인한 뒤, 클레어가 어떤 방법의 임신중절을 원하는지, 그 과정에서는 어떤 약물이 주입되며 그 약물은 어떤 작용을 유발하는지, 어떤 후유증이 따르는지, 충분한 설명을 제공한다.

   나는 앞으로도 섹스를 그만둘 생각이 없는 동시에 아이를 가질 생각도 없다. 내 꿈과 삶이 무너지지 않길 바라기 때문이다. 그러나 낙태죄가 폐지되지 않는 한 나는 얼마든지 범죄자가 될 수 있다. 나는 내 미래를 선택하는 대가로 ‘죄’를 뒤집어쓰고 싶지 않다. 혼자 뒤집어쓰는 건 더더욱 싫다.

   그래서 나는 위의 장면을 우리 사회에서도 볼 수 있길 간절히 바란다. <플리즈 라이크 미>의 장면 속 사회로 나아갈 수 있는 결정적인 열쇠는 국가가 쥐고 있다. 그래서 낙태죄 폐지를 바라보는 국가의 시선과 그에 따른 결정이 너무나도 중요한 상황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지금 여기, 원치 않는 임신으로, 낙태죄로, 협박, 낙인, 비위생적인 시술로 고통 받는 여성들이 있다. 따라서 나는 정부와 국회, 헌재가 여성의 현실에 귀 기울이며 낙태죄 폐지로 조속히 나아갈 것을 촉구한다.

   “여성의 몸은 여성의 것. 낙태가 죄라면 범인은 국가다.”
-검은 시위 구호

  • 웹마

    18-01-01 03:49:58

    #수정사항 : 1. 문단 중복 삭제 2. 문장 삭제를 하였습니다.

    문이진

    18-01-22 09:44:25

    고맙습니다!

    장재희

    17-12-26 20:41:26

    "여성의 몸은 여성의 것. 낙태가 죄라면 범인은 국가다." 문이진 기자님 최고됩니다. 문이진 기자의 기사에 고개 여러 번 끄덕이고 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