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그날인데, 혹시 그거 있어?”

‘그거’ 아니고 ‘생리’
생리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 필요

   생리는 그 동안 많은 여성들에게 ‘숨겨야 하는 것’으로 통했다. 자고 일어난 뒤 이불에 혈흔이 남기라도 하면 안절부절 못하며 몰래 이불을 세탁소에 맡겨야 했다. 가족 중에 남자 형제라도 있으면 피 묻은 속옷을 세탁하고 생리대를 버리는 일에 온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조금이라도 피를 보이면 ‘여자가 칠칠치 못하게’ 라는 소리를 듣기 때문이다. 실제로 필자는 변기 커버에 생리혈이 묻었다는 이유로 친 오빠에게 ‘기집애가 더럽게’ 라는 소리를 들었다.

   ■ ‘마법’ 아니고 ‘월경’

   많은 생리대 광고들은 특수 제작된 얇은 생리대로 완벽하게 무장해 ‘그 날’이 아닌 것처럼 속일 수 있어야만 ‘맑고, 깨끗하고, 자신 있을 수’ 있다고 강요한다. 모든 여성들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생리를 해야만 하며,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여성들은 죄 지은 것 마냥 생리혈 처리에 온 힘을 기울여야 했던 것이다.

   ‘생리한다.’는 말은 부끄러운 금기어가 됐고 ‘그날’과 ‘마법’이라는 말로 대체됐다. 조금이라도 짜증을 내거나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면 내 기분이 어떻든 간에 남들로부터 “그날이냐?” 라는 비아냥을 들어야 한다. 생리 중인 여성은 비논리적이고 비정상적으로 감정 기복이 있다는 사회적 통념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월경전증후군으로 여성의 감정이 진단되면서 월경은 질병으로, 여성의 감정은 무의미한 것으로 간주된다. 월경은 보여서는 안 되는 금기이자 여성을 보다 열등하게 만드는 현상으로 정의되어 왔고, 또한 정의되고 있다.

   심지어 여자들끼리 생리대를 빌릴 때에도 누가 듣지는 않을까 속닥거리며 “너 그거 있어?” 라고 물어봐야했고, 큰 소리로 얘기할 때는 조신하지 못하다는 핀잔을 들어야 했다. 우리의 일상에서 생리는 이런 존재다. 아니, 홍길동도 아니고 생리를 왜 생리라고 부르지 못해? 이런 사회적 인식과 편견은 올해 있었던 생리대 파동에서도 이어졌다.

△ 인사동에서 진행된 월경 캠페인 ⓒ 여성신문

   ■ 발암물질 생리대

   지난 3월 여성환경연대가 강원대 김만구 교수 연구팀에 의뢰한 생리대 10종 제품의 유해물질 조사 결과, 국제암연구소(IARC)와 유럽연합에서 정한 발암물질 혹은 생식독성, 피부자극성 물질 등 유해물질 22종이 검출됐다. 이 조사로 특정 생리대 기업에서는 환불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것은 회피하기 위한 임시방편에 불가했다. 환불이라는 대처가 근본적으로 이번 사태에 대한 조치가 아니라는 사실하며, ‘문제없다.’고 했다가 ‘다시 조사하겠다.’는 식약처의 입장 번복하며, 여성들의 분노만 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발암물질 생리대를 제 손으로 살 수밖에 없었다. 어쩌겠나, 이번 달도 어김없이 그들이 말하는 ‘그날’이 찾아온 것을.

   누군가는 독성물질이란 걸 알면서도 써야 하고, 또 누군가는 그 정보조차 차단되어 있다. 누군가에게 생리대는 여러 개의 선택지(생리대, 면생리대, 탐폰, 생리컵 등) 중 하나지만 어떤 이에게 선택지란 고작 그나마 덜 위해를 가하는 생리대일 뿐이다.

   ■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월경을 하는 대부분의 여성들이 평생 사용하는 생리대의 개수는 평균 1만개에서 1만 6천개정도이다. 태어나 수십 년 동안 생리대를 사용해야 하는 여성들에게 이번 사건은 ‘생존’과 직결된 문제로, 몸의 최전방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아무런 대책이 마련되지 않았다. 생리대 파동 후 첫 일주일 정도는 뜨거웠다. 뉴스에 한 번씩은 생리대 유해 물질 논란이 이야기되었다. 그러나 벌써 조금씩 이 문제는 사라지고 있다. 사회는 어느새 생리대 논란이 "한때" 있었지. 라며, 이렇게 또 흘러가게 두고 있다. 반면 나를 포함한 내 주변, 여성들의 일상에서 이 문제는 전혀 사라지지 않고 있다.

△ 인사동에서 진행된 월경 캠페인 2 ⓒ 여성신문

   일회용 생리대에 관한 해법은 지극히 단순하고 명료하다. 생리대로 인해 고통 받는 이유를 밝히고 대책을 마련해달라는 것이다.

   기업은 생리대에 사용한 모든 성분을 표시하고 제조와 유통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특히 알레르기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물질은 제품 겉면에 꼭 표시해야 하며, 문제 발생 시 기업의 책임을 강화할 수 있는 제도 또한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인체 위해평가를 넘어선 정부 차원의 역학조사도 필요하지만 식약처만으로는 역부족이다. 보건복지부와 환경부가 협업하고 국무총리실이 주도하는 ‘생리대유해화학물질대책반’을 구성하여 분기별로 회의 및 결과가 공유되어야 한다. 그리고 협의체 구성 시, 조사 과정이 투명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당 시민사회단체 및 전문가들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

   월경은 더 이상 개인적인 문제가 아닌 인구의 절반이 경험하는 사회적인 문제다. 부끄럽고 숨겨야 하는 것이 아닌 오히려 몸이 제 기능을 하고 있다는 건강의 청신호로 여겨져야 옳으며 월경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회적 시각과 인식이 먼저 개선되는 것이 중요하다.

  • 문이진

    17-12-21 21:01:45

    <월간 피바다>~~ <月間胞宮大出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