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의 패배, 그리고 그 후 승리, 무승부 한국 축구가 살아났다

과감한 중거리 슛,
죽어라 뛰는 축구와 포기하지 않는 끈기가 보였다

6월 8일 이라크와 평가전 0:0 무승부
10월 7일 러시아와 평가전 2:4 패배
10월 10일 모로코와 평가전 1:3 패배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 팀(이하 대표팀)은 2018 러시아 월드컵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3차례 평가전에서 모두 패배를 거듭했다. 하지만, 11월 10일 콜롬비아전 2:1 승리, 11월 14일 세르비아전 1:1 무승부로 대표팀 부활의 신호탄을 날렸다.

   ■ 슈틸리케호

   지난 6월 15일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가 울리 슈틸리케(63·독일) 감독의 경질을 결정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2년 9개월 동안 대표팀을 맡았던 역대 최장수 사령탑이었다.

△ 거듭된 경기의 패배로 참담한 심정을 나타내고 있는 울리 슈틸리케 감독

   ‘갓틸리케’로 평가받던 것도 잠시, 2016년 6월 1일 스페인전 1:6 참패를 시작으로 10월 11일 이란전 0:1 패배, 2017년 3월 23일 중국전 0:1 패배로 축구팬들의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게다가 선수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발언을 하고, 슈팅 0개로 드러난 전술 대안의 부재를 이유로 결국 경질을 피하지 못했다.

   재임기간의 전적은 27승 5무 7패 (63득점 25실점)로 좋은 성적이라 할 수 있지만 실망스러운 경기 내용과 약한 팀들로부터 거둔 승리여서 의미가 퇴색되었다. 9회 연속 월드컵 본선을 이끈 감독으로 기억될 뻔했던 슈틸리케 감독은 최종예선 2경기를 앞두고 감독직에서 물러났다.

   ■ 대한축구협회 그리고 김호곤

   대한축구협회는 슈틸리케 후임자를 물색했지만 마땅한 사람을 찾지 못했다. 결국 U-20 월드컵을 지휘했던 신태용 감독을 후임자로 선택했다. 지난 7월 4일 신태용 감독은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되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8월 31일 이란과의 데뷔 전에서 0:0으로 비겼다. 이후 한국 축구팀은 9월 5일 우즈베키스탄과 평가전을 치렀는데, 결과는 역시 0:0 무승부였다.

   월드컵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대표팀 차기 감독 후보자로 신태용 감독이 선임된다는 데에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반응은 차가웠다. 댓글과 기사들이 부정적이었기 때문이다. 감독 교체 시기에 히딩크 전 2002 월드컵 대표팀 감독은 “한국 축구 발전에 내가 기여할 수만 있다면 무급이라도 좋으니 어떠한 자리도마다 않고 임할 생각이 있다“라고 말해 협회 측 혼란은 가중되었다.

   하지만 대한축구협회 김호곤 기술위원장은 “히딩크 측으로부터 어떤 연락도 받은 적이 없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후 1장의 카카오톡 캡처 사진이 노제호 히딩크 재단 사무총장과의 인터뷰에서 공개되면서, 김 위원장의 말은 거짓으로 밝혀졌다. 노제호 히딩크 재단 사무총장과 김호곤 기술위원장과 주고 받은 카톡 사진은 논란의 도화선이 되었다.

△ 노제호 히딩크재단 사무총장과 김호곤 기술위원장과 주고받은 카톡 사진

   카톡 내용이 언론에 공개된 직후 팬들은 거센 분노와 비난을 협회 홈페이지에 퍼부었다. 결국 11월 2일 오후 김호곤 기술위원장은 공식 사퇴 의사를 밝혔다. 김 위원장은 “신태용 감독은 죄가 없다”며 “앞으로 월드컵을 맡을 신태용호를 응원해달라”고 말했다. 더불어 김 위원장은 레알마드리드와 스페인 대표 팀의 전성기를 이끈 토니 그란데, 하비에르 미냐노 코치의 영입을 알렸다.

   ■ 부활의 신호탄 콜롬비아전, 달라진 신태용호

   신태용 감독이 이끌었던 U-20 대표팀은 ‘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 대회에서 이승우, 백승호 선수의 활약으로 한국 축구의 잠재성을 보여주었기에 국민들 역시 신태용 감독에게 거는 기대가 컸다. 그러나 17년 8월 31일 대표팀은 이란과 0:0 무승부, 이어 9월 5일 우즈베키스탄과 평가전 역시 0:0 무승부로 비겼다. 팬들의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한 달 뒤 10월 7일 러시아와 평가전 2:4 패배, 10월 10일 모로코 2.5군에게 1:3으로 패하며 신태용 감독 사퇴를 요구하는 팬들의 여론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대표팀 에이스 손흥민 선수 역시 이렇다 할 공격을 하지 못하며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 골이 들어가지 않아 아쉬워하는 손흥민 선수

   17년 11월 10일 남미의 강호 콜롬비아 전을 앞두고 주요 언론에서는 앞다퉈 대표 팀의 패배를 예상했었다. 하메스 로드리게스 (바이에른 뮌헨), 다빈손 산체스 (토트넘 핫스퍼), 후안 콰드라도(유벤투스) 등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콜롬비아 대표 팀에 속해 출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상과 다르게 우리나라가 볼 점유율은 상대보다 뒤졌지만 안정적 경기 운영을 가져갔다. 특히 가장 큰 변화는 4-4-2 포메이션으로 손흥민 선수가 최전방 공격수로 나선 것이다. 공격 파트너인 이근호 선수의 손흥민 선수와 끊임없이 같이 뛰어 주는 플레이가 콜롬비아 수비진들을 우왕좌왕하게 만들었다. 또한 윙백의 김진수 선수는 슈팅 기회가 생길 때마다 지체 없이 중거리 슛을 날려 콜롬비아 골키퍼를 위협했다. 기성용 선수와 고요한 선수의 공수 조율, 권창훈 선수의 공간 창출 및 패스, 김진수 선수와 최철순 선수의 적극적인 공격 가담으로 대표 팀은 180도 달라진 경기 운영을 보여주었다.

   경기는 2:1로 대한민국의 승리로 끝났다. 하지만 후반 30분 콜롬비아의 프리킥 세트피스에서 1골을 실점해 세트피스 수비 강화라는 아쉬운 과제를 남겼다.

   ■ 경기 내용 좋았으나 아쉬운 무승부, 세르비아전

   세르비아전 우리 대표팀 선발 라인업에는 손흥민 선수와 구자철 선수가 투톱으로 배정됐다. 하지만 이 실험은 그리 좋지 못했다. 구자철 선수는 이근호 선수처럼 종횡무진 뛰어다니며 상대팀 수비라인을 흔드는 플레이 스타일이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콜롬비아전 보다 공격 템포도 많이 떨어지고, 오히려 역습의 위기까지 찾아왔다. 결국 한국은 후반 13분 세르비아의 공격형 미드필더 아뎀 랴이치에게 먼저 실점했다. 이후 구차철이 페널티 에어라인 안에서 상대팀 수비수 반칙을 유도해 후반 17분 구자철의 페널티킥 득점으로 1골을 만회했다. 세르비아는 콜롬비아와는 달리 점유율에는 신경 쓰지 않고 우리 대표 팀을 라인 밖으로 끌어내려 공격의 활로를 찾는 플레이를 보여주었다. 월드컵 본선에서 세르비아 같은 수비하다 역습을 노리는 플레이 스타일 팀을 만날 수도 있으니 이런 경험은 매우 중요하다.

△ 페널티킥 성공해 동점을 만든 구자철 선수

   구자철 선수는 상대팀의 파울을 유도해내어 프리킥과 페널티킥을 얻어내 득점에 성공하는 등 제 몫을 다하고 이근호 선수와 교체되었다. 이근호 선수가 들어오고 나서 공격 템포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콜롬비아전에서 활약에 비해 이날 세르비아전은 교체출전으로 아쉬움이 남아 보이는 움직임이었다. 공격이 살아나면서 후반에 손흥민 선수 특유의 빠른 드리블로 상대 수비수의 슈팅 타이밍을 혼란시키는 장기를 발휘하였다. 결정적인 슈팅을 연거푸 퍼부었지만 세르비아 골키퍼의 거미손에 연거푸 가로막혔다. 결국 1:1로 비긴 채 경기를 마쳤다. 결과는 아쉬웠지만, 승리와 무승부로 거듭된 연패에서 거둔 분위기 반전으로 선수들이 자신감을 많이 얻은 의미 있는 경기였다.

△ 세르비아 전 종료 휘슬이 울리고 선수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내는 신태용 국가대표팀 감독

   올해 평가전을 모두 마친 우리 대표 팀은 12월 1일 대망의 월드컵 조 추첨식을 갖는다. 조 추첨은 오는 12월 1일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 궁에서 진행된다. 조 추첨은 피파랭킹에 따라 4개 포트로 나눠 각 포트별로 한 팀씩 같은 조에 속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포트 4 배정이 확정된 한국은 상대적인 강팀들과의 조 편성이 불가피해 다소 불리할 것으로 우려된다. 월드컵 조 주첨 이후에는 동아시안컵이 열리는데, 우리 대표팀은 일본, 중국, 북한과 대결을 앞두고 있다. 험난한 일정이 예상되는 만큼 향후 경기결과에 따라 대표팀의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기대된다.

  • 문이진

    17-12-21 16:23:54

    오승석 기자님 한 학기 동안 수고 많으셨어요! 이렇게 완성된 기사를 보니 감격스럽네요 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