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에 도입된 빅 데이터, 세이버 매트릭스

주관적인 ‘감’에서
객관적인 ‘수치’로

   4차 산업시대를 맞아 ‘빅 데이터’라는 용어를 자주 접하게 된다. 빅 데이터는 통계와 분석을 통해 경향성을 예측하고, 그에 따른 계획을 세운다는 점에서 활용 가치가 높다고 할 수 있다. 이는 기업의 고객 분석이나 공공 기관의 맞춤 서비스 등 이미 사회 전반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분석을 통해 전략을 세운다는 점에서 스포츠 영역 역시 빅 데이터에 점점 관심을 쏟고 있다.

   ■ ‘세이버 매트릭스’의 연원, 야구

   ‘통계의 스포츠’라고 불리는 야구에서 가장 먼저 빅 데이터를 접목시킨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 야구는 경기장 내에서 벌어지는 모든 행동과 결과가 기록된다. 그 기록물은 선수를 평가하는 기준이 된다. 과거에는 ‘클래식 스탯’이라고 불리는 비교적 단순한 지표로 선수를 평가했다.

   ‘클래식 스탯’은 타율, 출루율, 장타율, 타점, 홈런, 도루 등 현재 시상식에서 시상을 하고 있는 부문이다. 시상식에서 수상하게 되는 선수들은 각 부문에 최고의 선수들로 인정을 받은 것이기 때문에 가치, 즉 몸값이 상승한다. 이러한 스타플레이어들의 몸값을 감당하기 어려운 중소구단의 경우에는 선수들을 대형구단에 넘겨 전체 지출을 조정하기도 한다. 중소구단들이 합리적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새롭게 등장한 선수 평가 방법이 바로 세이버 매트릭스(Sabermetrics)이다.

△ 세이버 매트릭스의 선두 주자인 빌리 빈(現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부사장)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머니볼’(2011) ⓒ 네이버 영화

   세이버 매트릭스는 야구 저술가이자 통계학자인 빌 제임스가 만든 모임인 SABR(The Society for American Baseball Research)에서 비롯됐다. 세이버매트릭스란 이 모임에서 개발한, 수학적이고 통계학적인 방법으로 야구를 분석하는 방법론을 이야기한다. 2011년 개봉한 영화 <머니볼>은 세이버 매트릭스의 도입과 용태를 보여주는데, 간략히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중소구단인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에 취임한 빌리 빈 단장이 한정된 자원으로 성적을 내기 위해, 기존의 ‘3할 타자’와 같이 상징성 있는 스탯이 좋고 몸값이 비싼 선수들은 이적을 시킨다. 그 후 그동안 주목받지 않았던 다른 지표가 좋고 몸값이 저렴한 선수들로 대체하여 전력을 꾸린다는 내용이다.

   ‘상징성 있는 스탯’이 타율과 홈런, 타점, 도루 등이라면 출루율, 장타율 등은 크게 중요시 되지 않던 스탯이었다. 예를 들어 타율 3할에 출루율이 3할 7푼인 타자가 있고, 타율이 2할 7푼에 출루율이 3할 7푼인 타자가 있다면, 출루율은 같지만 기존의 ‘3할 타자’라는 위명에 힘입어 앞의 타자가 몸값이 훨씬 높다. 이런 논리에 의해 빌리 빈 단장은 타율보다는 출루율, 장타율에 초점을 맞춰 타자들을 영입했다. 초기에 이 같은 행보는 ‘같은 비율로 출루를 하고, 장타를 쳐준다면 타율이 낮아도 상관없다’라는, 예전의 통념을 깨는 도전이었다. 그러나 오클랜드는 시즌을 거듭하며 리그의 가장 가난한 구단이자 약팀에서 대형구단들과 경쟁해 포스트 시즌을 밥 먹듯이 진출하는 강팀으로 변모하는 기적을 보여주었다. 이후 통계를 통해 타율보다는 출루율, 출루율보다는 장타율이 승리에 끼치는 영향이 더욱 크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에 세이버 매트릭스는 출루율(OBP)과 장타율(SLG)을 더한 OPS(OBP Plus SLG)라는 개념을 탄생시켰고, 현재까지도 타자를 평가하는 주요한 지표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 세이버매트릭스를 통해 정립된 새로운 지표

   또 다른 세이버 매트릭스 지표로는 WAR(Wins Above Replacement, 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이 있다. WAR은 어떤 선수가 리그 평균의 선수인 대체선수에 비해 몇 승을 더 팀에 안겨줬는지를 분석한 지표이다. WAR을 계산할 때 타자의 경우 타격과 수비, 주루를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투수의 경우 이닝, 실점, 기대 승률 등 수많은 항목을 포함하기 때문에 선수의 가치를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어 각광받고 있다.

   통계와 분석의 적극적인 사용이 리그 전체의 판도를 바꾸기도 하였다. 올해의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키워드는 바로 ‘홈런’이었다. 야구에서 타자의 타구방향을 미리 예측해 수비 위치를 변경하는 것을 ‘시프트’라고 한다. 메이저리그에서는 몇 년 전부터 시프트가 매우 적극적으로 사용되어, 타자들은 시프트에 대항하기 위해 여러 방법을 사용해 보았지만 실패했다. 결국 타자들은 시프트를 뚫을 수 있을 만큼 강한 타구를 만들어 내는 데 집중하게 되었다. 그 방법이란 수비수의 영향을 벗어날 수 있는 강한 뜬공, 즉 홈런을 치는 것이었다. 홈런을 치고 싶다고 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 방법이 최근의 벌크업(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한 근력 향상을 의미)열풍과 더불어 엄청난 시너지를 일으켜 100년이 넘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유례없는 홈런의 시대를 만들어냈다.

   초기에 중소구단의 생존전략으로 도입된 세이버 매트릭스는 현대 야구에서 더욱 발전해 모든 구단에서 선수를 평가하고 전략을 구성하는 새로운 지표를 탄생시키고 있다. 투수들에게 ‘공이 좋다’는 평가 대신 공의 회전수와 회전축의 수치로 평가를 내리고, 타자들에게 ‘캐넌 히터’(대포알 같은 타구를 날리는 타자)라는 말 대신 타구 속도와 타구의 발사 각도를 말하며 타격폼을 수정하는 등 객관적인 분석이 가능하게 되었다.

   ■ 여타 스포츠

   축구, 농구 등 다른 스포츠 종목에서 또한 통계 기법을 적용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아직까지 공신력 있게 널리 사용되는 지표를 찾아내지는 못하였다. 그러나 과거보다 발전한 현대의 기록, 관측 장비로 활동량이나 동작에 가장 효율적인 폼 등을 체크하며 생체역학 분야를 통해 신체적 기술을 발달시키는 데 빅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다.

   ■ 빅 데이터가 만능은 아니다.

   관측 장비들이 발달하여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기록들이 쌓여가고 있다. 그러나 그 기록들을 어떻게 활용하고 기록들에서 어떤 의미를 찾아낼 것인지는 결국 사람이 결정한다. 과거에는 ‘감’에 의존한 주관적인 판단에 의한 실패를 경계해야 했다면 이제는 범람하는 통계와 기록 속에 객관적인 오판을 경계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

   또한 e스포츠는 대한체육회가 말한 ‘전국에서 동호인들이 대회에 나올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다. 전국에 있는 수많은 pc방은 지역거점으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 가능하다. 현재 e스포츠협회에서 선정하고 있는 공인 e스포츠 pc클럽은 70개에 이른다.

  • 문이진

    17-12-21 16:27:07

    기사 재미있게 읽었어요! "과거에는 ‘감’에 의존한 주관적인 판단에 의한 실패를 경계해야 했다면 이제는 범람하는 통계와 기록 속에 객관적인 오판을 경계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는 말이 기억에 남아요. 뭉기 편집위원 하느라 징짜 수고해따 대박대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