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것도, 느린 것도 학생들이 선택해야

조기졸업제도
도입이 필요하다

   성공회대학교의 수업연한은 고등교육법 시행령 제31조제1항(학사학위과정은 4년 이상 6년 이하로 하되, 수업연한을 6년으로 하는 경우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에 따라 4년(8학기)로 규정되어 있다(성공회대 학칙 제3장제5조). 그러나 해당 시행령 밑에 명시된 제31조제2항(학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학위취득에 필요한 학점 이상을 취득한 사람에 대하여는 제1항에도 불구하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제1항에 따른 수업연한을 단축할 수 있다)에 해당하는 내용은 학칙에 없다.

△ 성공회대 홈페이지 캡처(2017. 11.19)

   ■ 반복되는 문제제기, 퇴보하는 답변

   고등교육법 시행령 제26조에 의하면 ‘학사학위과정은 1년 이내’의 수업연한 단축이 가능하다. 사이버 대학과 육군사관학교를 제외한 서울의 45개 대학 중 40개 학교는 이미 조기졸업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성공회대학교에도 2012년부터 종종 조기졸업제도 관련 글이 올라왔다. 제도에 대한 학생들의 문의와 건의가 잇따르자, 교무처는 “이후 학사제도 개선 측면에서 제안하고 검토되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리고 당장에 적용되기에는 어려움이 있는 점 양해해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 이후 학교의 답변은 오히려 퇴보했다. ‘현재 조기졸업 계획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으며 어떤 글엔 심지어 일 년이 넘도록 답이 없었다.

   ■ 학생 91%, “조기졸업제도 필요하다”

   수년간 문제 제기된 ‘조기졸업제도’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을 알아보고자 성공회대학교생 111명(인문계 35명·사회계 60명·공학계 1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신뢰도 95%, 오차범위±10)를 실시했다. 첫째로, ‘평소 조기졸업에 대한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지’를 물었다. 인문계열과 사회계열은 ‘그렇다’를 선택한 학생들이 각각 34.3%, 41.7%로 가장 많았다. 공학계열은 ‘매우 그렇다’가 18.75%, ‘전혀 아니다’가 6.25%로, 나머지 세 항목이 25%씩을 차지했다.

△ 인문: 신학과, 영어학과, 일어일본학과, 중어중국학과(이하 중중)
사회: 사회복지학과, 사회과학부, 신문방송학과(이하 신방), 경영학과, 디지털컨텐츠학과
공학: 소프트웨어공학과, 정보통신공학과, 글로컬IT학과(이하 글티), 컴퓨터공학과

   두 번째로 조기졸업제도에 대한 필요성 여부에 대해 인문계열은 97%, 사회계열은 88.3%, 공학계열은 87.5%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전체 학생의 비율로 따지면 약 91%정도가 조기졸업제도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셈이다.

△ 조기졸업에 대한 인식조사

   마지막으로 ‘조기졸업이 왜 필요한지’를 물었다. 전 계열의 학생들이 공통적으로 꼽은 이유 1위는 ‘빠른 사회 진출 가능 및 경력에 도움’이었다. 그 다음으로 인문 계열과 사회계열은 ‘등록금 절약’을, 공학계열은 ‘취업 준비 등 시간적 여유’를 선택했다.

△ 조기졸업에 대한 인식조사

   박재연(신방17)학생은 “일찍 진로를 정한 사람들에게 8학기동안 학교를 다니도록 강제하는 것은 달리 말해 시간 낭비를 강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대학생활과 졸업 사이에서 선택할 권리를 제한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현재 6학기 재학 중인 정민배(글티13)학생은 다음 학기면 졸업학점을 모두 충족하는 상황이다. 그는 “현재 학자금 대출을 받아서 학교를 다니고 있다. 8학기에는 학교 수업을 하나도 듣지 않아도 되지만 등록금을 내야한다”고 말했다.

   ■ 학교는 여전히 확인 중?

   학사종합 Q&A게시판의 2013년 1월 자 문의 글에 학교는 “조기졸업을 위해 학기 당 이수학점이 많아지면 학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타 학교에서 실시하는 조기졸업제도의 경우도 학점 등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두고 있어 실효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기졸업제도도입 요구는 이어졌고, 학교는 ‘계획이 없다’는 말만 반복하며 이를 외면했다. 심지어 2016년의 마지막 글은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확인 중’이다.

   학교의 입장을 자세히 알아보고자 교무처에 인터뷰를 시도했으나 거절당했다. “공식적으로 답변하기엔 좀 더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이유였다. 학교는 “복잡한 논의 절차로 답변 할 시간이 부족할 뿐 회피하는 게 아님”을 강조했다. “이미 본교와 비슷한 규모의 학교들의 제도 시행여부를 조사도 해봤다”며, “학생 수에 따른 학교별 재정적 상황의 차이”도 이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에 대한 구체적이고 명확한 근거는 들을 수 없었다.

   학교 측 주장을 확인해보기 위해 한국대학신문에서 발표한 ‘대학교 학생 수 순위’를 바탕으로 조사했다. 그 결과, 성공회대처럼 학생 수가 3000명대인 학교들 중엔 한국체육대학교만 제외하고 모두 조기졸업제도를 시행하고 있었다. 설령 성공회대학교 학생 수가 2000명대라고 해도, 교대 외 나머지 학교들에는 조기졸업제도가 존재한다.

△ 2011 대학별 학생 수 순위표 캡처 ⓒ 한국대학신문

   ■ 조기졸업제도 도입으로 선택권 보장해야

   김한주(졸업생)씨는 “학교는 한 학기 최대 이수 학점 19학점을 성적우수자에겐 22학점까지 확대하여 ‘압축 이수’가 가능”하다며, “학업의 압축은 허용하면서, 조기졸업이 없는 행정은 모순”이라고 답했다. 또 “‘경쟁주의에 입각한 조기졸업제도’는 필요치 않지만 학교의 졸업 기준에 충족한 학생이라면 시간에 묶이지 않고 더 많은 경험을 누릴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국가는 조기졸업을 법으로 보장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학교들이 이를 수용하고 제도화하여 학생들의 선택 폭을 넓혔다. 성공회대학교는 단점을 내세워 제도도입을 반대한다. 물론 어떤 제도든지 장단점은 있다. 그러나 그에 따른 판단과 선택은 학생들의 몫이다. 학과마다, 학생마다 사정은 다르고, 그 중엔 분명 조기졸업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조기졸업제도를 도입하지 않음으로 인해 학생들은 내지 않아도 될 돈을 낭비한다. 소중한 사회적 경쟁력인 시간도 빼앗긴다. 학교는 열림과 나눔, 섬김이라는 교육이념을 지켜야 한다. 이제는 그가 학생들에게 다양한 기회의 문을 열어주고, 소수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며 존중해주기를 기대해 본다.

  • 가소은

    17-12-28 03:32:05

    학교를 다니면서 조기졸업이라는 제도가 없는 것에 너무 아쉬웠었습니다. 기사에 나온 내용처럼 학교에는 성적우수자에게는 학점을 3학점 더 들을 수 있게 하는 제도가 있습니다. 그런데 학교가 조기 졸업 제도를 만들지 않는 이유를 "조기졸업을 위해 학기 당 이수학점이 많아지면 학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라고 대답한 것은 좀 이상한 것같네요. 학생들이 원하는 것처럼 조기졸업 제도가 생겨났으면 좋겠습니다. 관심있는 주제라 재밌게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문이진

    17-12-21 16:47:21

    저는 조기졸업을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터라 조기졸업 제도에 관해 잘 알지 못 했었는데, 이 기사를 통해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있어 좋았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조기졸업 문제제기에 대한 학교의 태도와 학점을 모두 이수했음에도 등록금을 내야 하는 학생들의 처지가 많이 속상하네요. 김지연 기자님 수고하셨습니다 :)